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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혼자 계시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저는 늘 한 가지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넘어지거나 몸이 안 좋아졌을 때 휴대전화가 손에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관악구가 AI 돌봄 로봇 '키미'를 보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단순한 복지 기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침수 피해가 드러낸 돌봄의 구멍
2022년 8월, 관악구 일대를 강타한 폭우는 반지하 주택 침수로 인명 피해까지 이어지면서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남겼습니다. 그때 드러난 것이 단순히 낡은 주택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혼자 사는 고령 1인 가구, 그 중에서도 거동이 불편한 만 80세 이상 어르신들이 재난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고립될 수 있는지가 여실히 확인된 사건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재난 대응은 119 신고 한 통이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그게 얼마나 전제 조건이 많은 이야기인지 그 사건을 보며 새삼 느꼈습니다.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 휴대전화를 찾아 번호를 눌러 연결되기를 기다린다는 것, 혼자서는 쉽지 않습니다.
관악구는 지난해 침수 피해를 입은 만 80세 이상 홀몸 어르신 가구 114가구를 대상으로 실태를 파악했고,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64가구에 올해 4월부터 AI 돌봄 로봇 '키미'를 순차적으로 설치하기 시작했습니다(출처: 관악구청). 단순히 새 기기를 나눠주는 차원이 아니라, 지난 재난이 드러낸 구조적 공백에 기술로 응답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저는 이 사업을 달리 봤습니다.
- 보급 대상: 2022년 침수 피해 경험 만 80세 이상 홀몸 어르신 64가구
- 설치 시기: 2024년 4월부터 직접 방문 방식으로 순차 설치 진행
- 향후 계획: 대상 연령을 만 65세 이상으로 하향, 반지하 거주 취약계층으로 확대 예정

키미가 채우는 돌봄공백,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나
'키미'라는 이름은 '어르신 지킴이'에서 따왔습니다. 처음 이 이름을 봤을 때는 솔직히 다소 홍보성 작명이 아닌가 싶었는데, 기능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핵심은 비상 상황 감지와 즉시 연동 기능입니다. 폭우 같은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음성 명령이나 비상벨을 통해 관제센터로 즉시 연결되고, 로봇 내 설치된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가 작동합니다. 여기서 CCTV란 실시간 영상을 특정 수신자에게만 전송하는 폐쇄형 카메라 시스템을 말하는데, 이 경우 관제센터 담당자가 화면을 통해 어르신의 상태를 즉각 확인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고 후 상황을 말로만 전달해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제가 특히 눈여겨본 부분은 평상시 기능이었습니다. '키미'는 영상 말벗 기능과 복약 알람 기능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복약 알람이란 복용 시간이 되면 어르신에게 직접 음성으로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으로, 혼자 계시는 어르신이 복용 스케줄을 빠뜨리지 않도록 돕습니다. 위급할 때만 쓰는 비상용 장비로 방구석에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말을 걸고 알림을 받는 일상 속 기기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하나 눈에 띈 것은 노인맞춤돌봄서비스와의 역할 분담 구조입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란 생활지원사가 주 5일, 하루 5시간 미만으로 어르신 가구를 방문해 생활을 지원하는 공공 돌봄 제도입니다(출처: 복지로). 문제는 그 외 시간, 즉 저녁과 주말, 공휴일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입니다. '키미'가 그 공백 시간에 상시 작동하는 구조라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셈입니다. 저는 이 지점이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봤습니다.
고독사 예방 가능성과 남은 과제들
AI 돌봄 로봇이 고독사(孤獨死) 예방에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막연히 기대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고독사란 홀로 사망한 뒤 일정 기간 발견되지 못하는 고립 사망을 말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장비를 설치하는 것 이상의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핵심 조건은 세 가지입니다. 어르신이 실제로 비상벨을 인지하고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로봇이 상시 정상 작동해야 하며, 관제센터가 신호를 받는 즉시 현장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기가 집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 안전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제 경험상, 어르신들이 새로운 기기를 익히는 데는 초기 교육과 반복적인 사용이 필수입니다. 방문 설치 시 충분한 사용 안내가 병행되는지가 이 사업의 실질적인 성패를 가를 수 있다고 봅니다.
CCTV 연계 기능에 대해서도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어르신 가정 내부 영상이 관제센터로 전송되는 구조인 만큼, 개인정보 보호와 사생활 침해 우려가 함께 따라옵니다. 어떤 조건에서 영상이 활성화되는지, 누가 영상을 볼 수 있는지, 저장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이 어르신과 가족에게 명확하게 안내돼야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좋은 의도의 기술이라도 사생활 보호 설계가 허술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 저는 이것이 작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의 방향 자체는 맞다고 봅니다. 관악구는 현재 만 80세 이상을 대상으로 시작해, 향후 만 65세 이상과 반지하 거주 어르신 등 취약계층으로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확대 과정에서 기기 보급 → 이상 감지 → 관제센터 대응 → 현장 출동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연결 고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키미 AI 돌봄 로봇은 누가 신청할 수 있나요?
A. 현재는 2022년 관악구 침수 피해를 입은 만 80세 이상 홀몸 어르신 가구 중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한 64가구를 대상으로 설치가 진행 중입니다. 향후 만 65세 이상과 반지하 거주 어르신 등 취약계층으로 확대될 예정이므로, 관악구청 복지 관련 부서에 직접 문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Q. 키미가 설치되면 생활지원사 방문이 줄어드는 건 아닌가요?
A. 일반적으로 기술 도입이 사람 돌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데, 이번 관악구 사업은 대체가 아닌 보완 개념으로 설계됐습니다. 생활지원사가 방문하지 않는 시간대, 즉 저녁과 주말에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키미가 메우는 구조입니다. 두 서비스는 병행됩니다.
Q. 집 안에 CCTV가 설치되는 건데 사생활 침해 걱정은 없나요?
A. 제가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키미에 탑재된 CCTV는 비상 상황 발생 시에만 관제센터와 연동되는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영상 저장 기간, 열람 권한, 비상 상황 판단 기준 등 세부 운영 방침은 관악구청을 통해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어르신이 기기 사용법을 잘 못 익히면 무용지물 아닌가요?
A. 솔직히 이건 예상 밖으로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이 비상벨의 위치를 기억하고 실제 상황에서 눌러야 기기가 의미가 있습니다. 관악구가 4월부터 가구를 직접 방문해 설치한다고 밝혔는데, 그 방문 과정에서 충분한 반복 교육이 이뤄지는지가 사업의 실효성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봅니다.

결론
관악구 AI 돌봄 로봇 '키미' 사업을 살펴보면서, 저는 이것이 단순 복지 기기 보급이 아니라 재난이 드러낸 돌봄 시스템의 구조적 공백에 대한 기술적 응답이라고 봤습니다. 비상벨과 CCTV 연계, 복약 알람, 영상 말벗 기능이 결합된 방식은 위급 시에만 켜지는 장비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돌봄 기기라는 점에서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기기가 집에 놓인다고 끝이 아닙니다. 어르신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관제센터가 신호를 받아 실제 도움으로 연결해야 하며, 개인정보 보호 기준도 명확히 운영돼야 합니다. 이 사업이 관악구에서 다른 지자체로도 확산된다면, 그 과정에서 운영 체계까지 함께 이식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이라면 거주 지역 구청 복지 담당 부서에 문의해 유사한 지원 사업이 있는지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